폐기목록도 없이 중요 서류들이 폐기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기록원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8일 캐나다 기업인 하베스트를 인수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해외 석유회사 자산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같은 달 26일 다시 회의를 열어 인수금액을 28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에서 40억7,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변경안을 재심의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당시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은 탓에 세금을 1조원 이상 더 쓰겠다며 연 회의 내용을 확인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강행했던 자원외교·4대강 등 주요 사업의 기록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나 4대강 사업, 자원외교,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기록물의 생산·관리 실태를 점검했더니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주요 기록물을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일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는 등의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기록물 관리 부실이 적발된 기관은 석유공사를 비롯해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부산지방국토관리청·산업통상자원부·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농어촌공사·해양수산부 등이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4대강 연구용역 수행 과정에서 기록물을 생산하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았다.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등록하지 않고 연구노트도 아예 생산하지 않았다. 특히 기록물 평가 및 폐기 절차 과정에서 무단 파기 등 부적절한 부분이 파악되기도 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낙동강 종합치수계획 및 하천기본계획 관련 기록물을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4대강 추진본부 폐지 당시 기록물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처리한 부분도 드러났다. 중앙하천위원회은 생산·접수기록물 등록을 누락하거나 4대강살리기자문위원회 기록물을 규정에 맞지 않게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록원은 이들의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실태점검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울러 이번 실태점검이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 과거 정부의 국책사업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각 기관에 시정을 요청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에) 드러내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