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새 노동법을 적용한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발(發) 구조조정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프랑스 노동시장 개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PSA는 명예퇴직을 통해 근로자 1,300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노조와 협의에 돌입했다. 900명의 조기은퇴 계획도 제안할 계획이다. 대신 줄어드는 인원은 1,300명의 장기 계약직과 2,000명의 견습생을 채용해 충원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견습생의 절반은 이전에 고용했던 인턴사원 중심으로 채울 예정이다.
PSA의 이번 감원은 지난해 9월 말 의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법이 적용되는 첫 대기업 사례다. 과거에는 프랑스 기업들이 감원하려면 회사의 재정적 위기를 입증할 수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야 했지만 개정 노동법은 명예퇴직 패키지만 갖추면 기업들이 감원을 단행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았다. 지난해 21억5,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PSA가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의 해고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노조의 근로조건 협상권을 약화시킨 ‘마크롱표’ 개정 노동법이 시행된 후 프랑스 대기업 중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한 것은 PSA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주에는 의류소매 기업 핌키가 개정 노동법을 적용해 프랑스 내 근로자 1,900명 중 208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주요 노동단체들은 PSA의 감원계획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마크롱 정부의 노동정책에 강하게 반발해온 프랑스 제2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스 위원장은 “PSA 경영진이 정규직을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기업들이 명예퇴직을 강요하면 안 되는데도 (명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겠다고 압박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 제1노조인 온건성향의 민주노동총동맹(CFDT)은 “PSA의 감원 구상은 정리해고가 아니라 명예퇴직”이라며 “PSA가 급변하는 세계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업률을 낮추고 기업활동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목표로 노동시장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는 구직 노력을 하지 않는 실직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직업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 2탄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