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걱정에...강남 학부모는 '脫대치' 눈치전

대입에 내신 비중 높아지는데
좋은 등급 확보하기 쉽지 않아
강북 전학 고민하는 학부모 늘어
"정부 정책보고 결정" 신중론도

“옆집에 살던 아이가 대치동에서 내신 3등급 받았는데 강북 일반고로 옮기더니 1등급을 받아 서울대 갔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도 내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탈(脫)대치’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높은 교육열로 이름 높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최근 화두는 ‘탈대치’다. 학부모들뿐 아니라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탈대치에 따른 실익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대학 입시에서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 기조 속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대치동에 남아 있는 것이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월세 집을 구해서라도 자녀 입시 때는 대치동으로 오려는 학부모가 많았던 과거 모습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탈대치’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내신강화 정책 때문이다. 내신 비중은 높아지는데 대치동에서는 최상위권끼리 경쟁해야 하니 좋은 등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강남 내신 경쟁이 수능 1등급 경쟁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강북이나 수도권 경기 신도시 지역 일반고로 옮겨 내신 등급을 올리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이 정설처럼 나도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대나 의대 등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아예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균형발전 전형을 노리겠다는 학부모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수시 결과가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올해 서울대 수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고 합격자 대폭 증가다. 합격자 1명 이상을 배출한 고교 숫자는 지난해보다 31개교 늘어난 831개교로 최근 3년 새 가장 많았다. 비강남권 일반고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이다. 반면 특목고나 강남 학군의 ‘명문대 진학 메리트’는 예전보다 상당히 약해진 셈이다.

하지만 ‘탈대치’ 고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경향이라기보다 ‘눈치 보기’에 몰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탈대치 효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우수한 면학 분위기와 사교육 유용성, 입시정보 공유 등 대치동의 장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 움직임 속에서 강남 명문고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자녀의 입시 기간에 맞춰 강남권 학군으로 이사하려는 비강남권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여전하다. 서울 성동구로 아이를 전학시켰다는 한 학부모는 “동네 분위기가 입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아이가 나태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아 대치동을 떠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살펴본 뒤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8월로 예정된 정부의 대입 개편안 발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남아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강북 일반고로 옮긴 학생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탈대치 효과를 누리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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