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서 전통적 일(work)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연결고리라는 것이 본질적 의미일 것이다. 내가 기여해 창출한 가치에서 적정하게 분배받는 선순환 임금이 건강한 사회를 지속시키는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일자리(job)의 본질은 시혜도 아니고 수탈도 아니다. 일자리가 수탈의 수단이라는 시각은 양극화로 인한 노동운동을 촉발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반면 일자리를 시혜로 보는 정책은 일자리의 과도한 보호로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내가 기여하는 것에 비해 너무 적은 분배를 받으면 수탈이고 기여하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분배를 받으면 시혜다. 수탈과 시혜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불균형 분배를 바로잡아가는 국가의 산업생태계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일자리는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급여는 내가 만든 가치의 일부를 분배(비용이 아님)받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협상력의 불균형으로 자본가가 노동자를 수탈하는 현상과 더불어 강력한 노동조합이 기업을 수탈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협상력의 균형과 정보의 비대칭 해소가 분배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나침반이다. 따라서 개별적인 채용과 급여의 결정이 아니라 협상 원칙을 바로잡는 것이 국가 제도의 본원적 역할일 것이다. 음식에 소금은 필요하나 너무 많으면 먹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선순환 사회를 이루는 길은 모든 개인의 기여에 비례한 적정분배 시스템 확립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적정분배 잣대의 객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배룰을 정하는 계획경제는 역사적으로 실패로 입증됐다. 결국 협상력과 정보가 개방된 일자리 시장에서 적정분배가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대안일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 시장의 협상력과 정보의 개방이다.
기업이 분해돼 핵심역량 중심으로 재편된 사회는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추가로 적정분배만 보장된다면 기업과 개인과 사회 전체에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일자리 유연화를 통해 최적의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과 혁신을 만들어 적정분배를 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사회는 지속 가능한 혁신을 하는 사회가 된다. 노벨상을 받은 MIT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가치창출의 80%는 자본과 노동이 아니라 혁신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성장의 견인차로서 혁신의 비중은 90%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요제프 슘페터에 따르면 혁신은 창조적 파괴다. 이제 기업들은 매일같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창조해야 지속 가능할 것이다. 일자리의 유연성은 지속 가능한 혁신의 핵심 인프라다.
한편 개인의 입장에서도 가장 잘하는 역량을 활용한 유연한 일이 가장 바람직한 근무형태일 것이다. 단 항상 필요할 때 일이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일이 연결되지 않을 때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추가로 개인의 역량 개발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일거리로 분해돼 상시연결 구조를 만드는 사회적 인프라인 일자리 플랫폼과 사회안전망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핵심 일자리 정책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자리 정책은 2차 산업혁명으로 회귀하고 있지 않은가 질문해본다.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