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는 최근 들어 더 매서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3,000명 증가해 정부의 월간 취업자 증가 수 목표치인 3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10월, 11월에 이어 3개월 연속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연속 20만명대에 그친 전례를 찾으려면 세계적인 금융위기 시절(2007년 8월~2010년 3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근엔 그렇지 않아도 추운 고용 시장에 최저임금 역풍까지 불어오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감당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달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2.1%) 줄었다.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다. 경비원이 속한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역시 지난달 9,000명(-0.7%)의 일자리가 줄었다. 음식·숙박업과 경비업은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간 이들 업종에서의 일자리 감소는 단편적인 사례들로 소개됐는데 통계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셈이다. 최저임금이 실제 인상된 이달부터는 일자리 감소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고용 감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이라고 단정 짓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이런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서비스업 고용 둔화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2016년 많이 늘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데 이에 따른 고용 조정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일용직 근로자 감소는 건설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고용 축소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실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3조원 규모로 편성했고 경비원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 대책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발(發) 고용난, 나아가 고질적인 청년실업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은 목표는 좋지만 시장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시장을 키워주는 정책을 병행해야 하고 그 핵심이 규제 혁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통 큰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