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애플과 다른 행보…韓소통 적극 나선 까닭은

마틴 부사장 방한…당국자 면담
차세대 먹거리 VR서비스 앞두고
비난 여론·규제 걸림돌 해소 움직임
세금납부 등 현지화 전략 분석도

케빈 마틴(왼쪽) 페이스북 부사장이 10일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 망 사용료 지급 거부 논란과 조세 회피 문제로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이 기존과는 다른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섰다. 페이스북이 새로 준비하는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통신 환경이 좋은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확산하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규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모바일·글로벌 접근성 담당 부사장은 10일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잇따라 면담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본사 임원이 정부 고위관계자를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차관은 마틴 부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페이스북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망 사업자(ISP)에게 지불하는 사용료가 국내 기업과 비교해 매우 낮다는 ‘역차별 규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적정한 비용을 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인터넷 망 사업자와 2016년 12월부터 이미지나 동영상 등 데이터를 빨리 읽어 들일 수 있는 ‘캐시서버’ 설치 비용 부담과 망 사용료 지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페이스북이 KT 외 다른 인터넷 망 사용자의 접속 경로를 홍콩 서버로 바꾸면서 속도 저하 논란이 불거졌고 사실 조사를 진행한 방통위가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다.

국내 인터넷 망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사용자의 불편이 생기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페이스북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최근 국내 인터넷 망 사업자와 사용료 협상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데 이어 본사 부사장까지 한국을 찾은 것이다. 국내에서만 2,450만명(인스타그램 중복 포함)의 활성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한국 사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갈등 상황을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은 VR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망 사용료 지급 문제로 악화된 한국 내 사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 부사장은 이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인터넷 망 사업자와 접촉면을 넓혀 빠른 시일 안에 비용 지급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행보는 본사 차원의 새로운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브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전 세계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30여개국 현지 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몰아줘 세금을 의도적으로 적게 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세금 논란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과는 대조적인 행보여서 전 세계적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마틴 부사장은 “현지에 수익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기로 한 25개 국가에 한국도 포함되는 만큼 조세법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민구·양사록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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