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패션계를 호령했던 ‘아메리칸 캐주얼’이 국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베크롬비, 홀리스터, GAP 등 정통 아메리칸 캐주얼을 표방한 브랜드들이 하나 둘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메리칸 캐주얼 ‘맏형’격인 ‘아베크롬앤피치’는 자사 브랜드 ‘홀리스터’의 신사동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를 폐점했다. 이 점포는 지난 2012년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낸 국내 첫 매장이다. 매출 부진이 지속 되자 이같이 결정했다. 홀리스터의 매출 부진에 패션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여의도 IFC몰 리뉴얼 과정에서 홀리스터 매장이 빠질 것으로 예상할 정도였다. 현재 IFC몰을 포함해 잠실롯데월드몰 등 2곳에서만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앞서 홀리스터의 맏형 격인 ‘아베크롬비’는 국내에 진출한 지 4년 만인 지난해 초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철수를 선언했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부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해 9월 아메리칸 캐주얼 ‘바나나리퍼블릭’의 국내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바나나리퍼블릭의 경우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뀌면서 디자인이 달라져 소비자들이 외면했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는 ‘갭(GAP)’만 남았다.
패션 업계에서는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의 부진이 지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스러운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강해 소비자들에게 ‘촌스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데다 서구식 체형에 맞춘 사이즈에 캐주얼치고 높은 가격대 등이 그 이유다.
이런 가운데 경쟁상대인 SPA 브랜드들이 서브 브랜드들을 내놓으며 고급화, 다양화에 나서면서 미국 캐주얼은 더욱 더 설 자리를 잃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라를 운영하는 인디텍스 그룹은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시모두띠 등을 국내에서 활발히 운영 중이다. H&M 그룹도 ‘코스(COS)’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등으로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홀리스터, GAP 등 정통 아메리칸 캐주얼을 표방한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SPA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정통 미국 캐주얼은 부진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