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계의 맏형 ‘현대건설(000720)’의 수장이 7년 만에 박동욱(사진) 대표로 교체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수현 전 사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5년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힌 서울 반포 주공 1단지(1·2·4주구)를 수주하는 등 어려운 건설업 환경에서도 선전했다. 하지만 그간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크게 높아진데다 해외시장에서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박 신임 대표는 향후 국내 주택사업 쏠림현상을 줄이고 해외시장 등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박 대표는 취임 이후 본부별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올해 사업계획안을 가다듬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박 신임 대표는 업무보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국내외 주요 현장 점검 이후 이달 말께 공식적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맞은 국내외 건설업 영업여건은 녹록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현대건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7조7,965억원, 영업이익은 1조1,1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매출액 18조8,250억원, 영업이익 1조1,590억원) 대비 4~5%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는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을 크게 늘려온 현대건설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이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과제도 정부의 주택정책 변화, 글로벌 금리 인상 등 변화하는 부동산 환경에 맞춰 국내외적으로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현대건설의 전체 신규 수주(216조1,730억원)에서 국내 부문(44조9,93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그쳤으나 2016년에는 127조4,270억원으로 60%까지 높아졌다.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40% 수준까지 올라왔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졌을 뿐 아니라 미래 매출의 기반이 되는 해외수주 규모도 크게 줄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임 사장은 주택사업 분야에서는 내실을 추구하는 동시에 유가 상승 등으로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해외 성장 기반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도 박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과 맞물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간 합병 전망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애초 예상과 달리 정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재무통인 박 대표가 선임된 것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인 정 전 사장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을 두루 거친 재무전문가인 박 사장이 합병을 보다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