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를 찾으려고 고국에서 5년간 애태우다 고독사한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고(故) 얀 소르코크(한국 이름 채성우)씨의 시신이 11일 경남 밀양의 한 화장장에서 화장돼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부모를 찾으려고 고국에서 5년간 혼자 애태우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노르웨이 국적의 입양인 얀 소르코크(45·한국 이름 채성우)씨가 한 줌의 재가 돼 다시 홀로 노르웨이로 떠났다.
11일 경남 김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소르코크씨의 장례가 쓸쓸하게 치러졌다. 유족과 지인 한 명 없는 외로운 길이었다.
소르코크씨는 지난해 12월21일 오전10시50분께 김해의 한 고시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소르코크씨는 8세 때인 지난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이후 그는 2013년 친부모를 찾으려는 일념으로 고국에 돌아와 서울과 김해 등을 오가며 애를 태웠지만 허사였다. 그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여권에 남은 유일한 기록은 그의 출생일과 출생지가 ‘1974년 1월18일 대한민국’이라는 정보뿐이었다.
정상영 중앙입양원 대회협력국장은 “소르코크씨가 여섯 살 때인 1978년 김해에서 미아로 발견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과거 전력은 전혀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국에서 친부모를 찾으려고 애를 태웠지만 막막해지자 괴로워하다 우울증을 얻고 술에 의존해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소르코크씨가 숨진 고시텔 방 안에서는 많은 술병이 나뒹굴었다.
이처럼 외롭고 절망적인 생활 속에서도 소르코크씨는 어려운 입양인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지인들은 회상했다.
소르코크씨의 지인들은 “정부가 설립한 중앙입양원이 위기의 입양인을 위한 상담과 치료 등 성실히 돌봐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는 “해외입양인 소르코크씨의 죽음을 보며 이것이 나라냐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적폐를 없애기 위해 이제 국가가 나서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어머니는 한국에 들어와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있는 대리인에게 소르코크씨 시신을 인수하도록 위임했다.
소르코크씨의 유족은 시신을 한국에서 화장한 후 유골을 노르웨이에서 넘겨받아 장례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르코크씨는 생전 주변의 지인들에게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고는 했지만 다시 노르웨이로 떠나게 됐다. /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