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경쟁 위축" 우려에도... 산은·수은 공기업 된다

방만경영·예산감독 필요 내세워
이달 말 공운위서 최종 확정키로
금융권 "신속 의사결정 어려워질 것"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기업으로 지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비공공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준정부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1일 “산은과 수은이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기업으로 지정될 예정”이라며 “기업은행은 지금처럼 기타공공기관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은 법적으로 공기업 전환 요건을 갖췄고 공운위에서 최종 확정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수은은 공기업 전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지정은 과거 한국전력 등 에너지 독점기업들이 준조세적 성격의 수익을 올리는 것과 관련해 마음대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게 관리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라며 “금융기관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것은 당초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단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경영 전반에 강한 간섭을 받게 된다. 공공기관은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 기타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중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매년 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평가 결과를 통해 공기업 임직원들은 성과급 등을 통제 받는다. 기타공공기관이 경영공시 등의 의무만 지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부담을 안는 셈이다.

국책은행들은 공기업 지정에 따라 구조조정 등 본연의 업무에 오히려 지장을 받게 된다는 논리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일 때는 대형 프로젝트의 연간 예산을 통으로 승인 받아 자율적으로 집행했지만 앞으로는 일일이 쪼개 승인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며 “구조조정 등 업무는 모두 정부 협의를 통했는데 이제 와 정부는 뒤로 빠지고 국책은행이 잘못했다는 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공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야 하고 이사회 구성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 국책은행의 사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외이사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가 높은 사업이나 해외 대규모 수출 지원, 개도국 경제개발 원조 사업 등에 부정적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결정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적으로 통상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과 수은이 조선업종 등을 지원할 경우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 국가에서 정부 보조금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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