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신세계, 임원회의 1시간내 끝…'카테고리 배송' 시간 절반 단축

기존 4시간 넘게 걸리던 임원회의
주요사안만 짧게 다뤄 시간 단축
이마트 새 물류배송 시스템 도입
작업시간 30분서 10분으로 줄여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직원들이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으로 물류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 지난 5일 오전 9시 서울 성수동 이마트(139480) 본사 회의실. 이날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임원회의가 있던 날이다. 그런데 평소와 풍경이 달랐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 등 임원진들은 1시간만인 10시에 회의를 칼 같이 끝냈다. 회의도 핵심전략 1~2개만 집중 논의했다. 과거에는 8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정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주제도 여러 개였다. 임원 회의 모습이 올 들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는 정례 임원 회의가 있던 5일뿐이 아니라 본부장급 회의가 있던 2일과 9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이마트 고위관계자는 “주요 사안 외 안건은 회의 전 임원들끼리 구두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최소화한다”고 소개했다.

올 1월 1일부터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에 들어간 신세계(004170)그룹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회의 방식 변경 등 기업 운영 시스템을 바꿔 나가고 있다. 35시간 근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동 생산성 제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에서 노동생산성 향상 방안 마련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그룹 ‘태스크포스(TF)’팀과는 별도의 TF를 운영하고 있다.


이 TF는 각 사업부별로 단축근무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상시 확인하고, 매장 현장에 더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회사와 비슷한 근무형태를 띠었던 사무직과 달리 현장직은 자정까지 근무자가 순환하면서 일을 한 만큼 근로시간 단축 방법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마트 TF가 최근 내놓은 대표 결과물은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이다. 기존 이마트 물류센터에는 각 점포로 입고되는 상품들이 가공·생활·완구·패션 등 카테고리별로 구분되지 않고 혼재돼 있었다. 검품 사원들이 이를 분류하는 작업은 현장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일이었다.

새로 도입된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은 물류 분류 작업 시간을 반으로 줄였다. 하루 평균 9~10대의 물류센터 차량이 들어오는 성수점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차량 한 대 물량을 정리해서 각 카테고리로 보내는데 30분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새 시스템 하에서는 10~15분 만에 작업을 해치울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뒤 이달 말까지 이마트 전체(트레이더스, 제주권역 점포 제외)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현장직 순환 근무편성표 조정 등 추가적인 시스템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업무시간만 줄이고 직원들에게 해당 시간 내 업무를 모두 마치라고 강요만 하는 게 아니라 단축근무가 가능하게끔 시스템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집중근무시간 도입, 이마트 본사 흡연실 폐쇄 등은 직원들 마음가짐을 다잡게 하는 캠페인성 제도였다면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프로그램들은 실질적인 시스템과 관련 있다”며 “아직까지는 이마트 중심으로 고민 중이나 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개선 방안을 속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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