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모든 가구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다.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슈퍼 예산안 협의과정에 여야 합의로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90%로 축소하고 시행시기도 2개월 뒤인 9월로 미뤘다. 관련 예산도 이에 맞춰 30%가량 삭감했다.
주무장관으로서는 국회가 정부 원안과 다르게 합의한 데 대해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치권에 다시 합의하라고 불쑥 내뱉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독단이 아닐 수 없다. 원안 재추진 논리도 군색하다. 장관 말마따나 소득상위 10% 가구를 추려내려면 많은 행정비용이 들기는 하나 첫해는 그러겠지만 차후년도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자칫 복지혜택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지만 그렇다면 제대로 된 근거를 두고 말해야 옳다. 삭감된 예산은 또 어디서 확보한다는 말인가.
박 장관의 발언을 정치권에서 여야 한목소리로 질타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조차 “정부가 국회 합의를 번복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국회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박 장관의 돌출언행은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당과도 사전교감이 없었으니 국정혼란을 가중시키는 꼴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 입법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마당이 아닌가. 박 장관의 정무감각이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