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해양경찰 간 통화 파일을 압수수색 하려하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하지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걸었다며 세월호 수사 담당 검사가 법정에서 증언했다./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수사 당시 청와대와 해양경찰 간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는 12일 우 전 수석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내는 등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평가받는다. 윤 검사는 검찰이 2014년 해경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수사하던 당시 수사팀장을 지냈다. 그는 수사팀이 해경 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2014년 6월 5일 우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수사팀은 해경 본청 상황실의 경비전화 녹취록이 보관된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하려고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해경 측에서 (전산 서버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수사팀에 해경 지휘부를 설득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께 수사팀으로부터 해경 책임자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연락이 왔고, 오후 4시께 휴대전화로 우 전 수석의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검사는 평소 친분이 있던 우 전 수석과 인사를 나눈 뒤 수사와 관련된 대화를 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이 ‘혹시 해경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느냐’, ‘상황실 경비전화가 녹음된 전산 서버도 압수수색을 하느냐’,‘해경 측에서는 (전산 서버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가’라는 취지로 물어 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또 “우 전 수석이 ‘통화 내역에는 청와대 안보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고, ‘대외적으로 국가안보나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겠느냐’는 취지로 물어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어 “그러자 우 전 수석이 ‘안 하면 안 되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하자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윤 검사는 우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을 당시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과 변찬호 전 광주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논란을 피하고자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진행하기로 논의가 됐다고 윤 검사는 증언했다. 그는 또 “수사팀은 기존 영장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해경 반응을 보고 드렸더니 ‘청와대에서 SOS가 온 것이 아니냐’, ‘해경에서 청와대까지 SOS를 한 모양이니 다시 영장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영장 재청구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오후 6시가 다 된 무렵에 영장을 접수했고, 인천 현장에 있는 한모 검사에게 추가 영장을 청구할 테니 녹음파일이 은닉·멸실·훼손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후속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영장이 오후 7시께 발부돼 서울에 올라가는 다른 검사를 통해 급하게 수사팀에 영장을 가져다주라고 지시했다”며 “밤 11시께 한 검사로부터 영장을 전달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윤 검사는 수사팀이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다음날 새벽이 돼서야 해경 상황실 경비전화 녹음파일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 측은 이날 법정에서 당시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은 “우 전 수석이 명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지 말고 다시 영장을 발부하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며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후에는 추가 실랑이도 없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이에 윤 검사는 “그렇다”면서도 “민정수석에게 지시받아야 할 것도 아니고, 우 전 수석이 더는 말 안 하고 알겠다며 끊었다”고 답변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