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숨 /송은석기자
흔히 문단에서는 김숨(44·사진)을 일컬어 “다작(多作)의 소설가”라고들 한다. 지난 2005년 첫 단행본을 내놓은 그는 지금까지 무려 열 권의 장편소설과 여섯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에만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당신의 신’ ‘너는 너로 살고 있니’ 등 세 작품을 쏟아냈다.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을 과시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다작을 해야겠다고 특별히 의식한 적은 없다”며 매우 쑥스러워했다. “특별히 부지런한 편은 아닌데 글 쓰는 일 외에는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요. 그때그때 저를 사로잡는 이야기들을 외면하지 않고 쓰다 보니 주위에서 그렇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세울 만한 취미는 없지만 매일 30분 이상 동네를 산책하는 것은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 중요한 일과다. 김숨은 “저의 성격도 그렇고 작가의 일 자체가 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산책을 나서면 한곳에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산책하면서 보고 들은 새소리나 나무의 모습들, 신호등을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우연히 듣게 된 사람들의 대화가 소설을 쓸 때 문장이나 에피소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에게 산책이란 늘 깨어 있기 위한 노력이자 감각을 열어놓으려는 몸부림 같은 것입니다.”
최근 6·10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거침없는 흥행세를 보이면서 김숨의 2016년 작품인 ‘L의 운동화’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소설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이한열 열사의 오른쪽 발에서 벗겨진 운동화를 세월의 침식과 싸우며 복원 작업한 한 예술품 복원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숨은 “그분(이한열)이 최루탄에 맞고 돌아가셨을 당시 저는 지방에 살던 10대 소녀였다”며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분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열사는 제게 그저 추상적이고 멀기만 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열사의 남겨진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과정을 소설로 쓰면서 그분이 남긴 글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일기와 편지 같은 내밀한 글, 그리고 철학적 성찰이 담긴 글들을 읽으면서 그분이 어떠한 품성을 지닌 분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어요. 이 열사가 그랬듯 저 역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소설가로 남고 싶습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