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투자파트너스는 출발은 어두웠다. 아침이 오기 전 새벽처럼. 국내 1위 PE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투자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부진했던 탓이다.
LK투자파트너스의 전신인 KC제뉴인은 지난 2013년 네파의 전 대표이자 지분을 MBK에 넘긴 김형섭 평안엘엔씨 명예회장의 패밀리 오피스(부호가 개인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투자사)였다. 김 회장은 KC제뉴인을 통해 네파 매각대금의 일부인 약 1,000억원을 네파에 재투자했다. 추가 성장을 기대했지만 1,000억원이 넘던 당기순이익은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김 회장은 KC제뉴인을 범LG가 3세인 구본욱씨에게 넘겼다. 구본무 LG 회장이 육촌 형인 구씨는 LIG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과 WM전략본부장 등을 거쳤다.
구씨는 LK투자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꾼 뒤 업계에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이름난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두 사람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라는 목표를 세우고 의기투합한 2016년부터가 LK투자파트너스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밑에서 기업 신용평가의 기초를 배웠다. 동양증권으로 옮긴 후에는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 회사채에 투자하되 부도나지 않을 기업만 고르는 혜안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신용평가 간 상관관계 연구에 나서 현재까지 매년 글로벌 200대 그룹과 국내 100대 기업의 지배구조와 오너 일가의 가족관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담은 책을 낸다.
LK투자파트너스는 임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보기 어려운 전문경영인이나 준비 안 된 오너 2세 모두 한계에 다다른다고 믿는다. 이 틈을 파고들어 오너 일가에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배당을 늘리도록 행동주의 주주로 역할을 한다. 다만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사들인 지분도 오너에 되판다. 2세 경영진이 끊임없이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겪으면서 지분뿐 아니라 경영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면서 배당 대신 개인 지분이 많은 자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며 부를 불리는 지배구조를 바꿔야 증시에 만연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LK투자파트너스의 철학이다.
그 첫 투자가 요진건설산업이다. 2015년 6월 2대 주주의 상속 지분을 550억원에 인수한 지 1년 반 만에 1,000억원 넘는 가격에 1대 주주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평가한 기업 가치보다 높았던 막대한 상속세를 줄였고 1대 주주와 소송까지 벌이며 주주권리를 주장했다.
2017년 초 대형 PE를 제치고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낙점받은 현대시멘트(006390) 인수도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한앤컴퍼니, 글랜우드 PE, IMM PE, 쌍용양회 등 굵직한 경쟁자를 제쳤고 인수가격도 당시 예상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6,000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한일시멘트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인 전략이 통했다. 최대주주인 구씨와 한일시멘트 오너 간 신뢰관계가 있던데다 강 대표도 과거 동양그룹 시절 동양시멘트를 통해 시멘트 업종에 익숙했던 게 한몫했다.
최근에는 200억원대 규모의 소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중견기업 승계와 사업 재편에 투자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대원은 공정거래법상 매각해야 하는 계열사 지분에 약 260억원을 투자했는데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고급 주택가 개발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한식뷔페, 도시락 전문점, 보리밥 전문점, 두부 생산업체 등을 운영하는 풀잎채 투자는 투자하기 1년 전부터 오너 소유 기업들을 풀잎채를 지주회사 삼아 정리했다. 앞으로 간편식 시장으로 주력사업을 바꿀 계획이다. 최근에는 극동유화(014530)의 2대 주주가 됐다. 현재 운용자산 규모는 4,500억원으로 3개 이상의 펀드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기업 오너들의 최대 관심사는 가업 승계와 인수합병(M&A)”이라면서 “가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막대한 세금에 막힌 기업에 투자해 투명한 지배구조로 개선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오너에 되팔아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