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례는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가상화폐 투자자는 3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계속해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혼선을 낳는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고 현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이지만 11일 가상화폐 규제책으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반응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 정권 출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층이어서 폭발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251만명이며 이 중 20~30대가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9~11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89%로 가장 높았고 20대도 81%에 달했다. 50대는 66%, 60대 이상은 55%에 그쳤다. 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봐도 30대가 62%로 가장 높았고 20대도 44%에 달했다. 50대는 41%, 60대 이상은 35%에 머물렀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의 이반은 선거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에서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35.1%를 차지했다. 전체 유권자 세 명 중 한 명을 넘는다. 다급해진 민주당이 긴급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거래소 폐쇄는 너무 많이 나갔다”며 “정부의 인증 과정을 거쳐 거래소를 운영하게끔 한다든가 아니면 과세를 하면서 투기자금과 그렇지 않은 자금을 구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박 장관의 발언에 공세전을 펴고 나선 것은 역으로 지지율 흡수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시면서 롤러코스터 장으로 만들었다”며 “손대는 것마다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와 진정한 ‘마이너스의 손’이 따로 없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성난 민심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12일 오후4시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 총 3,700여개의 가상화폐 관련 청원이 올라와 11일 1,700여건에서 하루 만에 2,000여건 이상이 불어났다. 가장 많은 찬성 접수를 받은 청원인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글에는 삽시간에 찬성 의견이 늘어 1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금융위기 등의 사례를 볼 때 결국 경제, 먹고사는 문제가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며 “정부가 가상화폐와 관련해 계속 혼선을 낳는다면 피해자는 더 많아질 것이고 주 투자자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주로 젊은이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다 보니 투자를 많이 했고 ‘재테크까지 정부가 방해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적절한 관리로 젊은이들의 욕구 등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도 “11일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책과 관련해 말을 바꾸면서 앞으로 정부 정책이 나와도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부처 간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거래소 폐지 등 극단적인 정책보다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