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 결산 3대 키워드] 판 커진 자율주행車...AI 플랫폼 전쟁...매서운 中 굴기

삼성전자·현대차·소니 등
앞다퉈 콘셉트카 제작 전
인텔-엔비디아 힘겨루기 가열
첫 참가한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에 도전장
플랫폼 패권 놓고 한판승부
전시장 3곳중 1곳 中업체가 차지
"바이두, 중국판 구글" 자화자찬
AI 대국 꿈꾸는 中 잠재력 과시

중국 가전업체 TC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8에 마련한 전시 부스 모습. 참관객들은 빠른 속도로 세계 주요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의 기술력에 주목했다./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18이 열리고 있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구글 전시장 ‘구글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사야드 칸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엔비디아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CES에 참가한 4,000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사람과 사물의 직접 소통을 추구했다. 사물이 단순히 연결만 되던 시대에 인공지능이 발 빠르게 개입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동차는 물론 가정 내 모든 IT 기기가 인공지능화되면서 이른바 ‘대화 인터페이스(Conversational Interfaces)’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격화되는 AI 플랫폼 전쟁=‘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운 구글은 이번 CES에 처음 참가했다. 그러나 영향력은 다른 기업들을 압도했다. 오전2시까지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관통하는 지상 모노레일은 ‘헤이 구글(Hey Google)’이라는 외관 광고판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 플라자에 꾸린 부스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구글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 부스 전면에는 LG전자를 비롯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기업들의 로고가 나열됐다. ‘스마트 시티’가 슬로건인 ‘CES 2018’에서 구글은 ‘구글 시티’를 외쳤다.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알렉사’를 보유한 아마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하지만 세계 1위 인공지능 음성인식 플랫폼 업체답게 소리 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아마존이 알렉사를 탑재한 수많은 기기들로 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모기잡이 장치까지”라고 감탄했다.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이번 CES에 참가한 상당수 IT 업체의 공통점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에 앞다퉈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시장 곳곳을 둘러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동차와 IT의 결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본 소니는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차량용 이미지센서 홍보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가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나소닉은 아예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자체 제작해 전시했다. 운전석을 180도 돌려 뒷좌석과 마주 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창문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영상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도 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콕핏 운전석 모형’을 전시하며 전장 사업 데뷔전을 치렀다.

자율주행차 분야의 양대 세력인 인텔과 엔비디아 간 힘겨루기도 치열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는 “자율주행을 조만간 현실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로라와 협력해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하드웨어 플랫폼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데이터의 힘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맞섰다. BMW와 닛산·폭스바겐 등 주요 제조업체를 통해 만들어질 200만대의 차량에 4세대 아이큐칩을 탑재하고 수집된 다량의 데이터로 ‘고해상 지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CES 가득 메운 중국의 존재감=중국은 ‘CES 굴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CES에 참가한 전체 4,000여개 업체 가운데 약 1,400개가 중국 업체였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기업 부스 3곳 중 1곳이 중국 부스였던 셈이다. 단순히 참가 기업만 많았던 게 아니다. 이들은 이번 CES 최대 화두였던 AI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루치 바이두 부회장은 자신들을 스스로 “중국의 구글”이라고 칭하며 AI 시대의 혁신 이미지를 강조했다. 오히려 “우리가 AI 시대를 이끌겠다”며 전 세계 AI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선전포고를 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2.0’과 AI 음성인식 플랫폼 ‘두어OS’를 선보였다.

CES에서 만난 국내 기업의 한 임원은 “중국 가전업체의 AI 활용 수준이 아직은 한국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라스베이거스=한재영·조민규·신희철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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