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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해병대 자체의 전투기대대가 창설될 뻔한 적도 있었다. 1955년 경기도 파주에서 제1상륙사단(해병 제1사단)을 창설한 해병대는 항공관측대를 운영하며 항공전력을 키웠다. 해병 1사단은 1959년 경북 포항으로 주둔지를 옮기면서 미 해병대 1비행단이 쓰던 포항비행장도 물려받았다.
한국 해병대에 전투기대대를 설치하자는 논의가 이때부터 고개를 들었다. 6·25전쟁에서 보여준 한국 해병대의 전투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높게 평가한 미 해병대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미 해병 항공단이 사용하던 중고 기체를 무상 제공하겠으니 한국군 해병대로 독자적인 근접항공지원 능력을 갖추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병대는 1963년 항공과를 신설하고 계획을 추진해나갔다. 국방부도 이를 긍정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무상 공여하는 전투기가 다소나마 늘어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에 ‘해병전술항공단발족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는 단계에서 이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타군의 반대가 심했던 탓이다.
해병대 전투기대대 창설계획은 무산됐으나 이 시기의 해병대는 한국군 초유의 공지 합동작전 기록을 남겼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청룡부대의 고정익기인 ‘O-1정찰기’가 제한적이나마 대지 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미국 세스나사가 제작한 정찰·연락용 프로펠러 소형기인 O-1기는 표적을 직접 타격할 수 없는 정찰기였으나 청룡부대는 좌우익 날개에 2.75인치 로켓탄을 달아 적진에 퍼부었다. 청룡부대는 애초에 2대를 베트남에 가져갔으나 성과가 좋자 모두 6대를 운용했다. 해병대 항공전력은 창군 초기부터 베트남전까지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셈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