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예정된 영국 실무 방문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내가 런던 방문을 취소한 이유는 런던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최상의 대사관을 껌값에 팔아치우고 12억달러(1조3,000억원)를 주고 후진 곳에 새 대사관을 지은 오바마의 팬이 아닌 데 있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 “나쁜 거래”라며 “나더러 (개관식 축하) 리본을 끊으라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전달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빈방문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 반(反) 트럼프 정서가 확산하자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영국에서는 국빈방문의 격을 총리의 상대가 되는 실무방문으로 낮춰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185만여명이 서명했다. 야당 의원 70여명이 국빈방문 요청 철회를 요구하는 발의안에 서명했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받을 만한 이가 얻는 영예”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사당 내) 웨스트민스터 홀 연설을 요청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국빈방문은 공로와 업적이 있는 세계지도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의 오랜 난민 정책을 바꾸고, 많은 영국인이 트럼프의 많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빈방문이 이뤄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시민운동가, 야당인 노동당 의원, 노동단체 등은 ‘스톱 트럼프’(Stop Trump) 연대를 결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 때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의 방문 취소는 찰떡 공조를 자랑해온 양국 사이에서 최근 잇따라 불협화음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인하자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들간 공동의 수도가 돼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극우정당인 ‘브리튼 퍼스트’가 트위터에 올린 반이슬람 동영상 3개를 리트윗하자 메이 총리가 “잘못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트럼프는 트위터에 “테리사 메이,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행위에 신경 쓰시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타국 정상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