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개 경제부처 장관과 ‘호프미팅’을 했다. 미팅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는 최저임금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만이 적시됐다. 하지만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된 가상화폐 얘기는 쏙 빠졌다. 거래소 폐지 입장을 내놓았다가 ‘혼쭐’이 난 법무부 장관의 상황을 보고 트라우마에 빠졌거나 청와대의 입장정리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거래소 폐지는) 부처에서 논의할 일”이라 하고 부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답변을 피하는,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의 연속이었다. 경제팀이 부동산부터 가상화폐·최저임금까지 잇달아 터지는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혼란만 부추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구멍이 커지면 땜질도 모자라 엉뚱한 무리수 대책을 꿰맞추는 ‘돌려막기식’ 대책까지 나온다. 여당의 한 고위당국자는 “경제 문제에서 참여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당장 부동산은 상황 진단과 정책이 모두 잘못됐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강남 4구의 입주물량은 1만5,542가구. 대기수요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데 신규공급은 늘지 않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 했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공급을 되레 줄이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 같은 다주택자 규제는 ‘똘똘한 1채’로 대변되는 강남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택정책의 소통능력은 낙제점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 정책을 내놓아 강남 집값을 뛰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잠실주공 5단지에 최고 5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안을 승인해 폭등을 키웠다. 전형적인 엇박자 정책이다.
가상화폐는 경제팀의 문제를 보여준 결정판이다.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라는 설익은 안을 꺼낼 때까지 경제팀과 의견조율이 안 됐다. 게다가 7시간 만에 경제팀이 아닌 청와대가 나서서 이를 부인했다. 그 바람에 시중은행 실명확인 서비스도 오락가락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 가격은 14일 오후3시 현재 1,930만원으로 폐쇄 발언(1,700만원) 때보다 오히려 올랐다.
최저임금은 전형적인 뒷북정책이다.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수습하려 내놓은 게 하청업체 원가조정 요구와 특별물가조사다. 난데없이 상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인하 같은 돌려막기식 정책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하나금융지주 조사도 경제팀의 어설픈 대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투박한 정책 구사에 관치금융의 민낯만 드러냈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지금의 경제팀 능력을 보면 반도체 경기 하락 등 새로운 위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