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드론산업, 규제 탓보다 기술력 확보부터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무인항공연구실장

정부는 지난 연말, 향후 10년간 드론산업을 이끌 밑그림인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분야 3,700대 수요 발굴로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등록·이력관리부터 자율·군집 비행까지 지원하는 ‘케이드론(K-Drone)’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이 담겼다. 또 야간·비가시 비행 등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국내 드론산업은 강한 규제와 뒤늦은 정부 정책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항공안전기술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드론과 관련된 규제는 미국·중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이제는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려운 소형 취미용 드론시장에 국한된다. 오히려 취미용의 2배 이상 규모로 예측되는 상업용 시장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선점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사실 정부의 규제 해소만 탓하기보다 기술 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시급하다. 현재 진행 중인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 7개 공역에서는 드론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평으로 비행 가능한 거리를 최대 11㎞까지로 설정했다. 하지만 필자가 국내 드론 제작사와 이를 운용하는 공공기관 58개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면 일부 드론을 제외하고는 3~4㎞ 거리까지 비행하는 데 그친다. 배터리나 핵심 탑재장비, 센서의 성능 개발 수준이 아직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실감 난다. 중국 1위 드론제작사 DJI는 8,000여명의 종업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3분의1에 달한다. 반면 한국 1위 드론제작사는 100명 중 5분의1도 되지 않는다. 드론 선진국들은 조종과 항행 등 핵심기술을 위주로 특허를 받고 있지만 한국은 운용에 대한 특허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제작업체 중심의 산업 구조도 취약한 형편이다.

규제 수위는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 조건이다. 규제를 산업 활성화의 제약 요소로 탓하기보다는 원천기술 개발에 더 노력을 쏟고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무인항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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