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경기도 화성 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메모리 시황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분분한 가운데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기는 했지만 이번 진단은 강도 면에서 더 세 우려를 자아낸다. 이대로라면 반도체 쏠림이 심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18 맥클린 리포트’를 통해 2017~2022년 메모리 반도체의 연평균 성장률이 5.2%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IC인사이츠는 58%나 매출이 급등한 지난해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가 오히려 이상했다며 2022년까지 좀 더 ‘정상적인’ 성장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낸드플래시와 D램의 생산능력이 확충되면서 급격하게 오르던 평균판매단가(ASP)가 한숨을 돌리고 있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나 가상현실·증강현실(AR·VR), 그래픽,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수급도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C인사이츠는 그러면서 2017∼2022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할 반도체 제품으로 아날로그 반도체(6.6%)를 꼽았다. 아날로그 반도체에는 전자기기의 입출력 인터페이스, 전력관리 부품, 자동차용 반도체 등이 속한다. 또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가리키는 로직 반도체(5.4%), 메모리 반도체(5.2%) 등이 아날로그 반도체의 뒤를 이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비관론의 근거는 수급에 따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메모리 칩의 폭발적 수요 증가를 유인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기업의 생산설비 증설도 급증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칭화유니그룹·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허페이창신 등 중화권 기업들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와 D램 등의 생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그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호황이 찾아오면 공장 증설로 생산을 늘리고 이에 따라 또다시 공급과잉이 발생해 침체기로 돌아서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돼왔다”며 “지금의 호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고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메모리 시황이 단기에 꺾일 것으로 보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올해 전 세계 D램 시장 규모가 844억달러 수준으로 2017년보다 16.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전년 대비 10% 증가한 592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보다는 낮지만 IC인사이츠의 성장률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메모리 시황 낙관론자들은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기술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데다 최근에는 반도체 기술 고도화로 설비를 늘려도 과거만큼 공급이 빨리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데이터 기반 컴퓨팅 확대로 올해 중반 이후 낸드 분야에서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정반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호황을 정확히 맞힌 애널리스트는 거의 없다”며 “메모리 시황이 지난해만큼 호조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금세 꺾일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