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의원은 최근 평일 오후9시, B의원은 8시에 닫던 문을 각각 한 시간씩 당겼다. 인천의 한 안과의원은 주 1회 하던 야간진료를 없애버렸다. 대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은 토요일 진료시간을 오전9시~오후4시에서 오후1시까지로 3시간 줄였다. 서울의 C의원은 진료 시작 시간을 오전8시30분에서 오전9시로 늦췄고 진료마감도 30분 단축했다. D의원은 환자가 비교적 적은 목요일 휴진에 들어갔다. 평일 임금의 1.5배를 줘야 하는 토요일 진료를 없앴거나 없애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이익을 겪고 있다.
A의원 원장은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 늦게까지 진료했지만 오른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진료시간을 단축했다”며 “간호조무사를 내보낼 수도, 실속 없이 인건비 지출만 늘어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12월10일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사 3만여명(대한의사협회 추산)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진 것도 원가를 밑도는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 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라는 악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병·의원 직원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군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청소·관리직 같은 병동지원인력 등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조사한 ‘2016년 임금·근로실태’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평균 연봉은 2,012만원으로 월 168만원이 안 된다.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간호조무사도 46.6%나 돼 절반가량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최저임금 상승 폭이 큰 만큼 추가 근무수당 미지급 등 부당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커 다음 달부터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재활병원협회가 간호·간병 통합병동을 운영 중인 4개 재활병원의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분석해보니 이들 직종을 중심으로 직원의 65%가 영향권에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1인당 월평균 22만원, 4대 보험 인상분을 포함하면 26만원의 고용주 부담이 늘어났다. 우봉식 재활병원협회장은 “재활병원 1곳당 간호·간병 통합병동 근무자 100명 가운데 66명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경우 월평균 총 1,716만원의 인건비가 증가한다”며 “간호·간병 수가 19.3% 인상을 건강보험 당국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대형 치과병원의 경우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보조인력 1~2명으로 운영하는 영세 치과의원은 그럴 수도 없다”며 “정부의 국민연금·고용보험 보험료 지원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