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땜질식’ 인사 조치만...‘한 지붕 원수’ 만든 경찰서

성추행 의혹·폭언 여성 상사
지구대 보낸뒤 반년만에 복귀
피해 남성 경관, 경찰청에 고소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땜질식’ 조치로 일관하다 2차 피해가 발생해 상대방을 고소하는 일이 경찰서 내에서 일어났다. 경찰서가 성추행 의혹을 조용히 무마하려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씨가 직속상관이었던 B씨로부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B씨는 지난해 2월 회식 자리에서 같은 부서 부하직원인 A씨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하고 이후 12월24일 A씨의 사무실에서 욕설과 함께 “상관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등의 폭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찰서가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정상 경찰서 내에서 성 비위 문제가 불거지면 상급 지방청에 보고해 근무 경찰서 변경 등 격리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상급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경찰서 자체적으로 지난해 3월 B씨를 관할 내 지구대로 보내면서 일단 서로 분리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은 7월께 본서 인사가 났다. 경찰서 내에 경감급 자리가 비자 단순히 B씨가 경감이라는 이유로 불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남성이다 보니 크게 문제 의식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며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면 마주칠 수밖에 없는 데 상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사달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근무 부서는 다르지만 B씨가 112상황실에서 있어 매일 무전을 받아야 한다”며 “일하는 사무실과 여성 휴게실이 같은 층에 있어 실제 마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직접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형·오지현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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