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못 이기는 정부] 임대료·카드수수료 등 압박책 일관...창업시장 갈수록 얼어붙어

<Ⅴ>경제팀 위기 대응능력 도마에-최저임금
인건비 부담 줄이려다 폐점 늘고
물가 인상도 불러 국민 부담 가중
롯데리아 작년 4분기 오픈매장
19개로 전년보다 60%나 급감
편의점 빅3도 12월 83개 그쳐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된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무인화 편의점인 이마트24 조선호텔점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창업 시장의 대표적인 업종인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직격탄을 맞아 무인주문기 도입 매장을 확대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신규 출점은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소득 불평등 해소를 이유로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대폭 인상했지만 정부의 방향과는 다르게 구직자와 고용주는 되레 더 힘겨워하며 역풍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의 혼란은 일자리를 줄이고 물가도 끌어 올리는 한편 새로운 일터를 꿈꾸는 창업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모두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최저임금 후폭풍 뒷북 정책으로 꼬이고 꼬여=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자 정부는 이를 줄이기 위한 과도한 시장개입과 땜질식 처방에 급급해 혼란만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편의점 및 프랜차이즈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이달 중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낮췄더니 부동산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 이로써 건물·상가에 투자한 은퇴한 노년층과 같은 투자자들에게도 불똥이 튄 셈이 됐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달래려다 보니 이번에는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내리라고 압박했다. 이는 카드사 손실과 일반 고객들의 혜택 감소,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또 국민의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됐다.

정부는 또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점들이 부담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서 납품 및 하청업체가 공급원가를 인상하게 되자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면서 공급원가가 변동될 때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 시장에도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정부의 일자리 감소 방어용 3조원 규모의 예산 또한 별다른 효과 없이 대규모 재정손실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일자리 축소가 현실화되자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쏟아내다 보니 무리수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민 마지막 빛줄기’ 창업시장도 고드름=서민의 터전인 창업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임박한 지난해 말부터 신규 오픈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이미 인건비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오랜 경기 불황에 누적된 프랜차이즈 산업의 ‘피로도’가 최저임금 인상을 기점으로 터지기 시작하면서 창업과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롯데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신규 오픈 매장은 19개로 2016년 같은 기간(50개)에 비해 60% 이상 줄었다. 지난해 롯데리아 전국 가맹점 숫자가 1,350개로 2016년 1,328개보다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24시간 영업이 대부분인 편의점 업계 역시 신규 매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 CU와 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상위 3개 업체의 점포 순증 규모는 총 83개로 집계됐다. 같은 해 11월 3개 업체의 점포 순증 규모가 217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상반기 프랜차이즈 업계 신규 출점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학가에서 제과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근처 대형 커피 전문점은 영업시간을 새벽 3시에서 2시로 줄였고, 새벽 1~2시까지 하던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요새 폐점 시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최근에는 직접 나와서 일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정규직 매니저 채용을 줄이는 곳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인상된 최저임금이 이번 달 처음으로 지급되면 많은 점주가 임금 인상의 부담을 체감할 것”이라며 “그래서 업계에서는 오는 2월 명절 이후 아르바이트 감축이나 폐점 등이 더욱 본격화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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