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말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제만 대통령이 득표율 38.6%로 과반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야권 세력이 드라호시 후보로 결집함에 따라 드라호시에게 기회가 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1차 투표에서 총 28.2%의 지지를 받은 3, 4, 5위 후보가 나란히 드라호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일종의 야권 단일화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드라호시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은 26.6%지만 이번에 지지를 표명한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친 단순 합계는 54.8%가 된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체코를 지배해온 제만 대통령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그동안 친러·친중·반서방 노선을 표명해온 체코의 입장이 바뀔지가 주목된다. 1998~2002년 총리를 지낸 뒤 정계의 막후 실력자였던 제만 대통령은 2013년 첫 직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EU와 충돌하는 자신만의 친러시아적 외교정책을 구사해왔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EU의 난민 강제할당제에 반기를 들어 폴란드·헝가리와 함께 ‘EU 내 문제아’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제만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지난해 집권한 반EU주의자인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 함께 난민 문제 등을 놓고 EU 지도국들과 날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선투표로 체코와 함께 반서방 행보를 보여온 다른 국가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BBC는 “체코 선거는 다른 옛소련 국가들에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