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대동문화재연구원이 시행한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대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중엽부터 신라에 병합된 6세기 말경까지 조성된 고분 74기를 비롯해 89기의 유구와 1,000여 점의 유물이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6세기 대가야의 대외교류를 짐작하게 하는 유물이 확인돼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야문화권 조사 연구 및 정비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A구역 제2호묘 출토 삼엽문(세잎무늬) 환두대도. 방형계(사각형계) 삼엽문 환두대도는 대부분 신라 지역에서 출토됐다./사진제공=문화재청
고령 대가야읍 대가야박물관에서 가야광장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덕곡재를 기준으로 대가야박물관 방향인 북쪽 A구역의 제2호 횡구식석실묘(앞트기식돌방무덤)에서는 금동제 관모, 환두대도(둥근고리자루큰칼), 말방울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중 환두대도는 사각 형태에 둥근 고리가 있고 안쪽에 세잎무늬(삼엽문)가 있는 형태인데 인접한 지산동 제45호분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하다. 이 같은 형태는 대부분 신라지역에서 출토됐기에 가야와 신라의 교류관계를 유추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A구역 제2호묘 출토 금동제 관모. 관 테두리에 연결된 고리는 백제 관모에서만 발견되는 양식이다./사진제공=문화재청
금동제 관모는 백제 관모와 형태가 비슷해 제작기술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백제 관모의 특징 중 하나가 머리를 감싸는 고리 테두리에 달린 고리”라며 “이런 양식은 그동안 백제 유물들에서만 확인됐기 때문에 가야와 백제의 교류를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구려 통구 12호분 벽화. 말의 기꽂이(빨간 동그라미)의 형태가 이번에 발굴된 기꽂이와 흡사하다./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A구역 제19호묘 출토 말등 기꽂이. 구불구불한 기꽂이의 모양이 고구려 벽화고분인 통구12호분에 보이는 개마무사의 말 등에 달린 기꽂이의 모양과 흡사하다./사진제공=문화재청
이와 더불어 대가야 무사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철제투구와 등자, 재갈, 말안장, 말등 기꽂이 등의 마구(말갖춤)도 함께 출토됐다. 특히 말 안장에 붙이는 말등 기꽂이는 고구려 벽화고분인 통구12호분의 개마무사(철갑기병) 말 등에 달린 구불구불한 기꽂이의 모양과 흡사하다. 이런 철제무기와 마구류는 완전무장한 대가야의 기마무사 모습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한편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지산동 고분군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순장 형식의 무덤도 확인됐다. 지산동 고분군의 일반적인 순장 방식은 중형 이상의 수혈식석곽묘(구덩식돌덧널무덤)에 여러 명을 순장하는 형태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작은 무덤임에도 무덤의 긴 방향을 등고선 방향으로 설치한 주곽과 나란히 순장곽 1기를 설치한 새로운 순장 방식을 확인했다. 배 조사연구실장은 “이런 소형 무덤에서 순장자가 발견된 것은 최초”라며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계급에 따라 무덤·순장자의 규모가 정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B구역 제3호묘(왼쪽)과 A구역 제27호묘(오른쪽)에서 출토된 투구. /사진제공=문화재청
지산동 고분군과 조사구역 전경/사진제공=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