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섀도보팅제도 폐지 등 정부의 기업정책 방향이 규제 강화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연말 폐지된 섀도보팅제도(불참자도 참가자 투표 비율로 투표 간주) 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주총회를 무사히 개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국거래소가 매년 발표하는 상장사 주식회전율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소액주주들의 주식보유기간은 코스피 4.6개월, 코스닥 2.2개월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국내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주인이라기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자자에 가깝다.
회사 경영의 중요사항은 대부분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주총 결의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 2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단기투자자에 불과한 주주들은 의결권 행사에 도통 관심이 없기 때문에 높은 상법상 결의요건을 채워야 하는 상장회사들은 곤혹스럽다. 주총 개최 공시, 소집통지서 발송, 전자투표제도 또는 서면투표제도 도입 등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법정 결의요건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일부 회사는 일손을 놓고 전 직원을 투입해 주주를 일일이 찾아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 주식시장 환경에서 섀도보팅제도는 26년 동안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제도였다.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된 상법 개정안이 2건 계류 중이다. 두 개정안 모두 주주총회 결의에 필요한 정족수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연말 법안 심사가 몇 차례 있었으나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상장회사들은 2월 임시국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에는 상법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상법 개정이 규제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상장사들에 다가올 3월의 봄바람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