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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 이 같은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으로서는 박 장관을 당장 경질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 사법개혁 작업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경질이나 불신임에는 미치지 않지만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공개 경고로 가상화폐를 둘러싼 혼선 논란을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경고로 ‘가상화폐거래소 폐지론’에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게 됐다. 대신 가상화폐 거래의 과도한 거품을 빼고 탈세나 재산은닉 등 범죄행위가 없도록 적정 과세를 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가 한층 실리게 됐다.다만 이 같은 연착륙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투기 광풍이 분다면 그때 가서는 거래소 존폐 문제가 최후의 카드로 검토될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경고로 박 장관의 거래소 폐지 방침에 힘을 실어줬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최 위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거래소 폐지 방안에 대해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할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놀라며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당시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당국이 (신금융보다는 ) 은행처럼 기존의 제도권, 기득권 금융 시스템에 경도돼 있는 것은 아닌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침 금융당국은 하나금융그룹의 경영구도에 개입하려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청와대를 부담스럽게 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 관련 이슈에 대해 “우리(청와대)는 민간은행에 개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치금융을 끊겠다는 원칙”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경고 발언은 가상화폐나 금융 부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도 그동안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당국자 등의 발언이 나와 시장의 혼선을 부추겨왔다. 따라서 부동산시장, 고용 및 노동 정책 등 민감하고 핵심적인 민생 정책 등의 수립 과정에서도 관계 당국 간 철저한 조율과 신중한 입장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