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수달의 고난

이시영 作




매립지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 하류, 미꾸라지 등 민물 먹잇감이 바닥난 자그마한 수달이 횟집 창을 넘어와 처음에는 바닷장어 같은 것을 물고 가기에 애교로 봐주었더니 조금씩 대담해져 이제는 네 다리로 수조 안을 첨벙대며 보리새우, 우럭에다 값비싼 감성돔까지 물고 가니 덫을 놓을 수도 없고 아무리 천연기념물 330호에 멸종위기 1호라지만 이래도 되는 거냐며 손해배상 청구할 데라도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횟집 주인은 TV 카메라 앞에서 연신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알아요? 호모 사피엔스가 천연기념물이었던 때? 아주 오랜 옛날 이곳은 수달들의 제국이었지요. 언제나 물 반, 고기 반 첨벙거렸지요. 털도 없는 벌거숭이 당신들 몇이 처음 나타났을 때 수달 왕이 불쌍히 여겨 그대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지요. 아낌없이 목 좋은 물가를 내어주었지요. 그대들은 작살로, 통발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늘어났지요. 점차 그물로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제방을 쌓고, 폐수를 흘려보내더니 이제 우리가 천연기념물이 되었네요. 횟집 주인도 딱하지만 지구상 흔하디흔한 75억 개체 중 하나요, 우리는 한 줌 멸종 위기종이지요. 함께 살자고요. 내일 또 봐요, 첨벙!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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