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대차 노조, 20만원 받으려 4,000억 손실…30년전 파업 전술 더이상 안통해

산업부 강도원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16일 새벽 2017년 임금 및 단체 협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차(005380) 노조는 2차 잠정합의안을 찬성률 61.06%로 가결했고 이날 오후 임단협 타결 조인식도 진행했다.

이번 임단협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협상 기간은 9개월로 2016년(5개월)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걸렸다. 현대차 노조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협상이 해를 넘겼다. 그런데도 노조가 손에 쥔 것은 예년보다 줄었다. 실적이 악화되며 위기에 봉착한 사측의 상황도 이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노조가 30년간 이어온 파업을 통한 협상 전술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23일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후 사측과 4차례 교섭을 더해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성 조건을 더 내놓으라며 5차례 부분 파업했고 회사는 4,140억여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노조가 얻어낸 것은 상품권 20만원이었다. 현대차 노조원 5만1,000여명이 20만원씩 상품권을 받았으니 약 102억원을 위해 회사에 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끼친 셈이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임금손실액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크다.

현대차 노조는 실적과 관계 없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회사가 받아주지 않으면 파업에 나섰다. 30년 반복된 적폐 같은 관습은 평균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귀족 노조’를 낳았다. 하지만 이는 원가 인상으로 이어졌고 현대차의 최대 무기인 ‘가성비’는 사라졌다.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면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또 인공지능(AI)을 통한 자율차 시대에서 변화 없이는 생존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양적 생산을 지양하고 일관 생산체계에서 탈피해 미래차 연구에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는 이유다. 하지만 노조만 30년간 화석처럼 굳은 노동법 위에 누워 과거의 단맛에 취해 꿈을 꾸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4월께부터 2018년도 임금 협상에 돌입한다. 노조는 이미 ‘2017년 투쟁의 오류를 거울 삼아 미래 고용 안정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노조가 거울 삼아야 할 가장 큰 오류는 달라진 세상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줄 모르다 결국 끓는 물에 죽는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노조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노조 밖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잃어버린 10년과 동일본 대지진, 대규모 리콜사태에도 미래차 주도에 나선 일본 자동차 노조가 왜 파업에 나서지 않는지부터 살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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