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업무인 환전도 못해...'초대형 IB' 껍데기 전락?

"증권사, 외국환업무 할수없다"
기재부, 정반대 유권해석 내놔
업계는 "실익 없어졌다" 불만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막상 기업 환전업무 등 지정에 따른 신규 업무를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은 고사하고 자본금 기준만 맞추면 가능하다던 환전업무도 못 하게 되자 증권 업계는 ‘초대형 IB 제도가 사실상 껍데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초대형 IB 지정 증권사가 기업 환전 등 일반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새로 내렸다. 앞서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IB 육성방안(육성방안)’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만 되면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환전은) 초대형 IB로 증권사가 포괄적인 기업금융을 할 수 있게 되고 여기에 따른 부수 업무로 허용되는 것이었는데 기업금융의 핵심인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면 자본금을 맞췄어도 자격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가 줄줄이 미뤄진 것이 해석 변경의 이유인 셈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만 받으면 곧바로 기업 환전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 업계는 ‘초대형 IB가 아무런 실익이 없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육성방안에서 금융위는 기존 사모펀드 전담 중개업인 프라임브로커에 더해 기업 환전,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중개(3조원 이상), 부동산 담보신탁(8조원 이상) 등 자본 규모별로 맡을 수 있는 업무를 정해놓으며 증권사의 자본 확충을 유도했다. 그런데 이 중 4조원 ‘인센티브’인 기업 환전이 불가능해진 만큼 초대형 IB를 위한 자본금 확충의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말 바꾸기’라는 비판도 거세다. 초대형 IB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당국의 태도는 매우 보수적으로 돌아섰고 스스로 정한 기준까지 자의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기재부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주식·회사채 매매를 전담하는 자본금 15억원짜리 사모 중개 전문증권사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금융지원을 맡는다는 초대형 IB와 정책 목표가 겹치는 것이어서 금융위의 관심이 초대형 IB에서 이미 벗어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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