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빈집쇼크 시작됐나] 중고차값도 안되는 日 빈집...그래도 안팔린다

■빈집문제 고착화한 일본
저출산·고령화에 부동산시장 급랭
2030년엔 3가구 중 1곳 빈집 전망

일본 도쿄 중심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의 마쓰도( 松戶)시에 있는 50㎡(약 15평) 넓이의 방 세 개(3LDK) 아파트. 지난해 ‘190만엔’에 매물로 나왔다. 우리 돈으로 1,8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2,800만엔(한화 2억6,000만원)까지 갔던 이 아파트 가격은 버블 시대인 지난 1990년대 이래 계속 떨어져 100만엔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만엔이면 웬만한 중고차 가격만도 못한 금액”이라며 “이마저도 거래가 끊긴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2013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3.5%까지 치솟은 빈집률은 2030년께에는 전체 주택 세 가구 중 한 가구인 30% 이상이 될 것으로까지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판 베이붐세대인 단카이(團塊·1947~1949)세대들의 은퇴시기가 우리보다 10여년 정도 앞선데다 저출산·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부동산 급락과 빈집 증가를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연구기관들은 빈집 문제를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은 지방은행의 개인 임대주택 사업자 융자 잔액이 전년 대비 7.2% 늘어난 약 13조8,000억엔을 기록했으며 이는 BOJ가 2009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라고 경고했다. 중앙의 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지방은행들이 초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대출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상속세법은 현금자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부동산을 물려줄 경우 평가액이 낮아지고 게다가 임대용으로 신고하면 평가액이 더 낮아지게 돼 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개인들이 절세대책으로 임대주택 건설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한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미에현 즈시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지역 근처의 주택가에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축 건물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현재 2층짜리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주변에 250세대분의 신축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이미 빈집이 넘쳐나는 데도 바로 인근에 또다시 임대아파트를 짓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BOJ의 결론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나 실수요를 무시한 채 대출에 나설 경우 주택사업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온종훈 선임기자 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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