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간담회 정책반영 안되면 무슨 의미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소·벤처인과 소상공인을 청와대에 초청해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다양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라는 취지에 맞게 참석 기업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 등을 전달하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모습이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도 재계와 만나는 ‘사회적 대타협 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제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17일 경총, 19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와의 일정도 잡혀 있는데 여당 원내대표단이 경제·노동계와 잇달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친노동 행보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경제단체를 직접 찾아 나선 소통 행보는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상의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규제 틀 개선과 신산업 규제 완화를 2월 국회에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려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7월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대표들의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여건이 별로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재계를 격려·응원했지만 그 후 달라진 게 보이지 않는다.

호프미팅이나 노타이 차림 등이 주목을 받았을 뿐 정작 기업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부처에 어떤 주문을 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되레 기업인들은 경영환경이 안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6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60% 이상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기업인을 만나 귀를 열고 소통하는 것은 환영한다. 그렇지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열 번, 백 번을 해도 소용없다. 한 번의 만남이라도 기업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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