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에서 경기도 광주로 진입하는 57번 국도 태재고개에서 신현리로 이어지는 2차선 지방도 ‘새말길’은 ‘빌라 천국’이다. ‘xx빌라’ ‘xx하이츠’ ‘xx캐슬’ 등 4㎞ 남짓 산길을 따라 도로가 끝나는 골프장(강남 300CC) 입구까지 빌라들이 빼곡히 이어져 있고 ‘신축빌라 특별가 분양’ ‘전세탈출, 내 집 마련’ 등의 분양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하지만 텅 빈 주차장과 건물 내부 등을 보면 아직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빈집’ 상태가 많았다. 그럼에도 빌라 신축을 위한 토지조성 공사나 기초 터파기 공사를 하는 모습이 산자락 양쪽으로 계속됐다.


#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대형 건설사 두 곳이 각각 1~3차, 1~2차에 걸쳐 대규모로 개발한 아파트단지다. 지난 2008년 분양을 시작해 201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한 이들 아파트단지 주변 건물의 외벽에는 지금도 ‘특별혜택 조건 분양’ ‘중대형 파격 분양’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들이 곳곳에 있다. 2008년부터 계산하면 10년째 ‘분양 중’인 셈이다.

이 중 한 건설사가 2008년 이후 건설한 2,157가구 중 1,976가구가 40평 이상 중대형 평수다. 중대형 수요가 2000년대 말 이후 급감하면서 이 지역에는 여전히 미분양이거나 투자를 위해 분양받았으나 실제 입주하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해 빈집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새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중개업소 직원인 K모(39)씨는 거래도 그나마 최초 분양가 수준에서 이뤄지는 39평형대밖에 없다고 전한다. 서울 강남은 ‘미친 집값’이라 할 정도로 끓고 있지만 서울을 조금만 벗어난 수도권만 해도 딴 세상이다. 곳곳의 빈집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다. 빈집 문제가 전국적으로 처음 조명된 것은 2016년 9월 발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 수도권을 포함해 전체 주택의 6.5%인 106만9,000가구가 빈집으로 밝혀져 우리도 일본식 ‘빈집 쇼크’가 오지 않겠느냐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면서다.

올해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빈집 쇼크’의 출발인 저출산·노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도 별다른 반전이 없다.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현상(2020년부터)도 임박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빈집 증가→집값 급락→다시 빈집 증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빈집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우리도 빈집을 본격 관리하고 정비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중앙정부나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취재팀=온종훈선임기자 이지윤기자 jh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