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해외펀드 열풍에 기세등등했던 중국펀드가 환매 바람을 타고 있다. 비과세 해외펀드로 인한 신규 자금 유입이 중단되며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펀드(152개, 15일 기준)에서 올 들어 2,10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에 207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중국펀드의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8월 2,380억원이 빠져나간 후 월간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H지수 등락폭의 1.5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미래에셋차이나H레버리지1.5’에만 한 달 새 732억원의 돈이 빠졌고 KB자산운용의 ‘KB스타차이나H인덱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펀드에서도 각각 300억원가량이 유출됐다.
중국펀드의 환매 행렬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 2015년 5,178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지수는 불과 두 달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그해 중국 주식시장이 5% 변동폭을 보인 것만 30번이 넘었다. 위기는 2016년에도 이어졌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데 이어 2016년에도 중국펀드는 손실펀드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해 지수가 상승하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환매자금이 쏟아졌다.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라졌다. 비과세 해외펀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9월 2,303억원이 유입된 후 11월 3,723억원, 12월 1,515억원 등 자금 유입까지 계속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비과세펀드 자금 유입에 묻혀 자금 유출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손실이 커진 2015년 이후 자금이 묶인 투자자의 환매는 계속됐다”며 “비과세 해외펀드 자금 유입이 중단된 지금부터가 중국펀드의 진짜 승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중국펀드가 공포를 벗고 충분히 자금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주은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팀 매니저는 “중국이 질적 성장을 공표하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면서도 “중국은 개혁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 올해도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 CSI300지수가 21.8% 상승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증시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도 “과거 손실 트라우마가 남은 리테일 자금이 차익실현 기대감으로 유출되고 있지만 일시적”이라며 “KB통중국고배당펀드에는 2015년 설정 후 처음으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등 기관의 중국펀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