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Brioni)에는 궁극의 장인정신이 깃들어있다. 영원불멸의 아름다움, 독창적인 스타일로 지난 70여 년 간 남성복의 우아함을 선보여온 브리오니의 매력을 소개한다.



클래식 남성 수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브리오니는 1945년 클래식한 멋스러움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이후 70여 년 동안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품격과 완벽한 테일러링을 추구해 맞춤 수트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스터 테일러의 장인 정신이 그대로 느껴지는 섬세한 테일러링, 시대를 아우르는 클래식한 디자인은 브리오니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브리오니 수트를 입는다는 건 단순히 비싸고 좋은 옷을 입었다는 의미를 넘어, 장인정신을 소유하고 클래식 문화를 향유한다는 뜻으로 이어졌다.

브리오니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인 1945년 창업했다. 디테일과 전통적인 심미안을 가진 장인 재단사 나짜레노 폰티콜리(Nazareno Fonticoli)와 빈틈없는 직감을 가진 사업가이자 패션디자이너인 게따노 사비니(Gaetano Savini)가 로마 한복판에 샵을 오픈했다. 샵의 이름은 당시 최상위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크로아티아령 브리오니 군도에서 영감을 얻어 ‘브리오니’로 지었다.

브리오니는 코스모폴리탄 유럽과 새로운 젯셋족(비행기나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심장인 로마의 비아 발베리니(Via Barberini)에 최초의 부띠크를 선보였다. 당시 젯셋족들은 유니크한 스타일과 스페셜 포켓, 팬시한 원단들, 새로운 다트, 패턴있는 실크 안감, 맞춤 단추 같은 디테일을 갖춘 브리오니의 뉴 룩(new look)에 열광했다. 브리오니는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 헨리 폰다(Henry Fonda), 존 웨인, 게리 쿠퍼 같은 전설적인 할리우드 배우와 당대 가장 저명했던 정치가, 사업가들 사이에서 ‘엘레강스와 인격을 부각시킬 수 있는’ 파워 수트(Power Suit)로 불리기도 했다.


브리오니가 첫 번째 패션쇼를 연 해는 1952년이었다. 그후 세계 각지에서 300회 이상 패션쇼를 개최하며 남성복의 진정한 대명사, 클래식 수트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패션쇼 성공 이후,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몇몇 글로벌 부띠크로부터 수트공급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브리오니가 항상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브리오니에게도 몇 차례 위기도 찾아왔다. 특히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물결이 패션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사람의 손보다 몇 배 이상 더 빠른 작업 속도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머신 메이드(Machine made)’가 빠른 속도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수트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머신 메이드의 영향으로 그동안 수트 업계를 지탱해온 핸드 테일러링이 하향세를 탔다. 그럼에도 브리오니는 브랜드의 생명과도 같은 핸드 테일러링을 철저하게 고수했다. 브리오니만의 클래식 이탈리아 로만 수트 생산라인을 페스카라 인근 펜네(Penne) 지방에 설립해 브랜드 혁신을 꾀하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브리오니의 의지가 전통의 고수와 혁신적 변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다.



펜네는 약 1만 3,000여 명이 거주하는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이곳 주민의 10%가 브리오니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몇 세대에 걸쳐 브리오니 공장에서 일하며 슈트를 만들고, 테일러링을 공부하며, 브리오니의 가치관을 몸에 익혀왔다. 그렇게 대대로 이어져 온 오랜 자수(sewing) 전통은 지금도 브리오니의 테일러링 스탠다드를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브리오니는 지난 1986년 핸드 메이드와 테일러링 기술을 전수 받을 후학을 양성하고 고유한 수트 스타일의 명맥을 잇기 위해 전문 테일러링 스쿨인 ‘스쿠올라 수페리오레 디 사토리아 나짜레노 폰티콜리(Scuoal Superiore di Sartoria Nazareno Fonticoli)’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학교에선 브리오니의 정교하고 세심한 디테일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재능과 열정을 가진 18명의 젊은 인재들을 4년에 한 번씩 선발해 교육하고 있다. 학생들은 마스터 테일러와 테크니컬 전문가들에 의해 4년간의 정규 교육을 받고 실제 생산라인에서 1년간 인턴십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도제 한 명 한 명에게 쏟아지는 각별한 관심과 테일러링 전통에 대한 열정, 창의적인 분위기는 이들에게 장인정신의 영감을 심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정규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마스터 테일러 이름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브리오니 테일러 스쿨의 수석 졸업생만 마스터 테일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고, 이마저도 브리오니의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그냥 장인에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깐깐한 조건 때문에 지금까지 브리오니의 데일러링 스쿨은 설립 이후 단 3명에게만 마스터 테일러 자격을 부여했다. 그 3명의 마스터 테일러가 매년 1회씩 한국을 방문해 맞춤복인 MTM(Made to Measur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