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가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인 셀트리온(068270)이 코스피 이전을 코앞에 두고 코스닥시장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음달 초 유가증권시장 이전이 예정돼 곧 코스닥150에서 편출되지만 코스피로 옮긴 후 코스피200에는 바로 편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시가총액 38조원의 종목이 당분간 벤치마크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뜬 종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9.76%(3만 3,900원) 하락한 31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만에 주가가 약 10% 떨어진 것으로 35만원을 노리던 상황에서 30만원선을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으로 추락한 것이다. 개인이 이날 하루에만 셀트리온 주식 634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 그룹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13.97%), 셀트리온제약(068760)(-10.11%)도 이날 주가가 급락했다.
다음달 코스닥시장을 떠나는 셀트리온이 막판 부진에 시달리는 이유는 지수 제외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5일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셀트리온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사 종료 기한은 다음달 8일이다. 이날 코스피 이전이 결정될 경우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6월로 미뤄지게 된다. 유가증권시장 이전 후 15거래일 동안 시가총액이 50위 안을 유지하면 코스피200 특례 편입 자격이 주어지지만 2월에 설날 연휴 등으로 거래일이 많지 않아 3월8일 동시 만기일에 코스피200 편입이 불가해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시가총액 3위인 만큼 주가로는 문제가 없지만 거래일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셈이다.
코스피 이전 후 코스닥150에서 편출되는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당장 2월부터 지수 추종 자금 없이 코스피시장 수급에 맨몸으로 노출될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코스닥150에서 제외되면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만 8,000억원이 빠져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 지수 편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이전 상장 원칙에 따라 향후 지수 편입·편출을 진행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8일 이전 상장이 확정되면 셀트리온의 코스피200 편입은 3월이 아닌 다음 동시 만기일인 6월14일이 될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을 끄는 대형주라고 해서 코스피200 편입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시장의 바이오 버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셀트리온이 바로 지수에 편입되면 코스피200의 지수 운용 안정성이 우려돼 거래소가 일부러 이전 상장 심사를 8일까지 최대한 끄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가 셀트리온이 고평가된 현재 주가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코스피200 대신 정부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새로 탄생하는 KRX300 편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새 지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기대감에 KRX300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지수가 발표돼도 수혜는 코스닥150지수가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며 “KRX300지수가 시장에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