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4차 산업혁명 투자, 재발견에 길이 있다

김혜원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 부장

점심시간 때 어느 상권의 식당이든 사람이 붐비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여의도 음식점들은 예전 같지 않다.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속에 매출감소가 이어지면서 임대·관리·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모양새다.

식당과 달리 대체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에서는 이와 같은 부진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의 파산이 그렇다.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9월 파산 신청에 이어 미국 내 100여개 매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의 성장,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 변화 등 구조적인 변화는 기존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위에 언급한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문화를 빅데이터와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접근한 회사들은 혁신 기업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하나의 화두로 등장한 4차 산업혁명 기업들 역시 그와 같다. 만년 유망주 같던 한 바이오 기업은 이제 항체바이오 시밀러 시장의 명실상부한 대표기업이 됐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진단, 치료 재활까지 사업의 폭을 넓혀 제약업종 전체의 시장 개척자로 자리매김 중인 기업도 있다. 미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의 비중을 넓혀간 대형 전기전자 기업은 이제 흑자전환의 빛을 보기 직전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혁신 기술을 활용한 미래 자율주행자동자, 핀테크, 스마트홈, 바이오헬스케어, 증강현실(AR) 산업 등을 이야기한다. 익숙한듯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 용어들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위에 예로 든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신성(新星) 같은 기업이 아니다. 매년 수백·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이종산업 간 제휴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쌓은 경험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에 달하는 기업들이다.

투자의 기준을 삼기에 고려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검증하기 힘든 새롭고 낯선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것보다 ‘혁신과 융합’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실천하는 익숙한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투자의 연결점은 새로운 것의 발견만큼이나 익숙한 것의 재발견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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