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그 자체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수료를 내리면 카드회사들은 당연히 수익성에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객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에도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이자 카드 업계는 주유할인, 무이자할부, 포인트 적립을 비롯한 각종 부가 서비스 혜택을 제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제도 정착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엉뚱하게 카드 소비자의 혜택을 줄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 영세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임금 인상의 생색은 정부가 내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전에도 숱하게 봐왔다. 지난해 정부가 통신료 인하라는 공약 실천을 위해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하자 업체들이 멤버십 혜택을 줄이면서 소비자들이 최종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통신비 강제인하로 수익감소가 뻔히 예상되는데 멤버십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기업과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 내린 통신료나 수수료는 필연적으로 시장 왜곡을 부르고 그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산업계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사안이어서 이렇게 편법으로 처리할 성질의 일은 아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이 산업계에 충격을 주지 않는지 진지하게 돌아보고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