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바이오벤처-플렉센스] 美 농무부 "꿈의 기술"이라며 엄지척

6시간 걸리던 잔류 항생제 검사
180개 시료 50분만에 자동으로
美 농무부와 협업으로 영토확장
내년부터 年100억대 매출 기대

김기범 플렉센스 대표


오렌지 농업을 대표하던 미국 플로리다 주(州)는 2004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감귤 녹화병’으로 생산량이 과거 40% 수준까지 급감하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감귤 녹화병은 벌레를 매개로 박테리아가 전염되며 오렌지 나무에 감염될 경우 열매가 채 익기도 전에 떨어지고 만다. 미국농무부(USDA)는 90억 달러 규모의 플로리다 오렌지 산업 보호를 위해 무려 4억 달러(약 4,586억원)를 들여 맞춤형 항생제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항생제가 토양이나 과육은 오염시키지 않고 벌레만 죽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기존 기술로는 토양·과육에 영향을 미치는 잔류 약품을 제대로 검사(스크리닝)할 수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잔류 항생제 검사에 대한 미 농무부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뜻밖에도 한국의 작은 벤처 기업 ‘플렉센스’였다. 김기범(사진) 플렉센스 대표는 “기존 질량분석기를 이용할 경우 1개 검사에 4~6시간이 걸려 연간 2,000개 정도 샘플만 겨우 다룰 수 있는데 이는 플로리다 오렌지 나무 3,000만 그루의 0.006%에 그친다”며 “우리가 개발한 진단 기술인 ‘엑셀 엘라이자’를 이용하면 한번에 180개 시료를 50분 만에 자동으로 검사할 수 있어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샘플을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확도도 뒤지지 않게 뛰어나며 비용 역시 크게 저렴하기에 농무부에 ‘꿈의 기술’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이미 지난해 9월 진단 키트 시제품(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농무부에 넘겼고, 올 여름께는 농부들이 직접 잔류 항생제를 검사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제작·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농무부와의 협업으로 올해 중 최소 25억원의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르면 내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고정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는 “잔류 항생제를 간단히 검사할 수 있는 키트 기술은 현재까지 오직 우리만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3,600억 원 규모의 플로리다 오렌지 항생제 스크리닝 시장을 시작으로 7,000억 규모의 미국 전체 시장 대다수를 독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세계 최대 농업 국가인 미국을 발판삼아 중남미와 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기범(가운데) 플렉센스 대표와 창업 초기 멤버들이 회사 로고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회사의 1호 직원인 황혜진(왼쪽) 기술마케팅매니저와 강석진(오른쪽) 부사장.


플렉센스는 향후 동물 진단 시장은 물론 23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인 인체 질병 진단(면역 진단) 분야로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메이요클리닉 등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협업해 방광암을 84% 정확도로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현장진단 키트를 개발해 인증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며 연매출 4조원 규모의 글로벌 진단기업 그리폴즈(Grifols)와도 C형 간염진단키트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전염성바이러스연구센터와 손잡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현장진단 키트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항생제나 호르몬처럼 기존 진단 기술들이 쉽게 감지하지 못했던 작은 분자물질(small molecule)까지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특별한 경쟁력”이라며 “진단 키트 등의 생산 시설 확보를 위해 늦어도 내년에는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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