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 '검은 바다'… 韓·日도 물들이나

이란 유조선 유출 기름 면적 확산
바람·해류타고 제주도까지 올수도

15일(현지시간) 중국 구조선이 전날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이란 유조선 산치호에서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호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오염 면적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유출 기름이 제주도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17일 중국 중앙(CC)TV가 운영하는 앙시망에 따르면 중국 국가해양국은 침몰된 산치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발생한 오염이 14일 10㎢에서 다음날에는 58㎢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또 침몰현장 주변에 설치한 검측소 7곳에서 기름 얼룩과 유막이 발견됐으며 이 해역의 수질이 4급 정도로 악화했다고 전했다.


해저 150m에 있는 침몰 선박에서 기름이 계속 유출되는 가운데 오염이 북쪽으로 퍼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주변 해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홍콩 화물선과 충돌한 뒤 14일 완전 침몰한 산치호의 위치(북위 28도22분, 동경 125도55분)는 제주도 서귀포까지 북쪽으로 520㎞, 일본 가고시마까지 북동쪽으로 340㎞, 오키나와 나하까지는 남동쪽으로 290㎞ 떨어져 있다. 일각에서는 유출된 기름이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 해류와 연결돼 알래스카, 캐나다 서부해안,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까지 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당시 산치호는 한화토탈에 납품할 콘덴세이트유 13만6,000톤을 싣고 있었다. 콘덴세이트유는 기화가 잘되지만 물과 잘 혼합되는데다 무색무미로 방제작업이 더 어려워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리처드 스타이너 알래스카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콘덴세이트 유출 사고”라며 “적재된 기름의 20%만 해양에 유출되더라도 1989년 알래스카 원유 유출 사고에 필적하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환경재난을 막기 위해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해양감측비행기를 1,500m 상공에 띄워 유출상황과 해양환경 영향을 정밀감측 중이며 인공위성으로도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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