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을 지원받은 한 대학 연구실의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 20조원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중 11조원 넘게 집행하는 9개 부처(국무총리실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 별도)의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을 부처당 한 곳씩에 R&D 기획·관리·평가 기능을 몰아줘 하반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17일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R&D 사업의 부처 간 중복투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처별로 최대 3개까지 두고 있는 연구관리전문기관을 한 곳씩으로 축소한다.
이를 위해 다음달까지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을 두고 있는 9개 부처에 기획재정부와 산림청·기상청·원안위까지 총 13곳이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반기 중 부처별 대표 기관을 선정하기로 했다.
정부 R&D 자금이 집중된 과기정통부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3곳의 연구관리전문기관 중 한 곳에 R&D 지휘 기능을 부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3곳 중 한 곳을 정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산림청의 한국임업진흥원 중 한 곳을, 환경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기상청의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중 한 곳을 각각 해당 부처의 R&D 컨트롤타워로 세우게 된다.
부처별 R&D 컨트롤타워로 지정되지 않은 연구관리전문기관은 기술인력 양성이나 산업진흥, 연구장비 설치 등 기존 업무를 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 등은 현재 각각 한 곳씩의 연구전문관리기관을 두고 있어 기존 시스템대로 움직인다.
이는 정부 부처들이 직접 정부출연연구원과 대학·기업에 배분하는 국가 R&D 과제의 중복투자도 문제지만 각 부처별로도 연구관리전문기관이 난립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율주행차든 신약이든 여러 부처뿐 아니라 산하 연구관리전문기관들도 소규모 과제를 기획할 때 중복되는 게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제별 중복투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 부처별로 한 곳씩에 R&D 기획·관리·평가를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합동 TF에서 상반기 중 안을 확정해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부처에서도 신규 연구기획 과제를 연구관리전문기관별로 경쟁입찰을 시켜 맡기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부처별로 R&D 컨트롤타워를 세운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통폐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노조의 반발과 통폐합을 당한 부처의 반발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없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별로 연구관리지침이 제각각인 것을 통일하는 방향으로 간소화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관리비를 관리하는 크레디트카드의 프로세싱도 지금은 저마다 다르지만 앞으로는 2개 정도로 간소화해 각 기관에 연결시켜주려고 한다”며 “연구전문관리기관의 통폐합 문제는 물리적 통합이라기보다는 부처별로 하나씩 R&D 기획·관리·평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꾀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구관리전문기관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별로 평가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