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가 김정태 현 회장과 함께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르면서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데다 ‘이헌재 사단’과 ‘장하성 인맥’으로 꼽혀서다. 김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던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돼 금융당국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하나금융 회장을 최종 결정하는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 표결 과정이 격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범수 전 KCB 사장
17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해박함과 다양한 금융기업에서 근무한 전문성이 상당히 높게 평가된다. 1956년생인 그는 부산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증권거래소 상장심사위원, 금융개혁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자문관을 맡으며 금융사 구조조정과 합병 업무를 담당해 이헌재 사단으로 불린다. 상업·한일은행 합병, 제일은행 매각 등 부실은행 퇴출의 밑그림을 그린 주인공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최 전 대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인연이 닿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했는데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TFT 책임자 역할을 했고 KDI에 있던 최 전 대표가 참여했다. 이때 이동걸 산업은행장과도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 국내 금융사 업무 경험도 충분하다. 지난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 간사위원으로 활동하며 KB국민은행 통합의 산파 역할을 했고 2001년부터 2년간 국민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신한은행의 첫 외부인사로 영입돼 6년간 지주 전체의 미래전략을 구상했다. KEB하나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하나금융의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최 전 대표의 인수합병 노하우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같은 비중 있는 인물이 하나금융 지주 차기 회장을 뽑는 링 위에 모습을 나타내자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지략가 스타일로 진중한 평소 성향을 감안할 때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배경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에 대한 지분이 없는 인물이어서 더 의외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김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어온 상황에서 이헌재 사단과 장하성 인맥으로 분류되는 최 전 대표가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반면 최 전 대표는 김 회장의 경남고 4년 후배로 김 회장의 페이스메이커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효경쟁을 위한 깜짝 등장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최 전 대표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추천받은 인사일 뿐 유효경쟁 관련 해석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동문 선후배가 경쟁하는 것과 이후의 구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