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암호화폐·관치 논란에 퇴색되는 금융혁신



[앵커]

암호화폐가 블랙홀처럼 금융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후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 금융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금융혁신을 추진중이지만 암호화폐에 가려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문제 많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과정을 보면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직접 설전에 휘말리며 괜한 논란만 일으켜 이러다가 금융혁신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스튜디오에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는데, 당시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선 금융위의 금융혁신 추진방향 발표는 이번 주 월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정부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있었습니다.

이는 진작에 예정돼 있던 일정인데, 이날 아침 갑작스럽게 금융위 발표 20분 전 국무조정실이 같은 장소에서 암호화폐와 관련된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발표한 이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자 청와대에서는 정해진 일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커졌는데요.

이런 혼란 상태가 주말 동안 계속되자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관련 사항을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교통정리를 한 겁니다.

최근 암호화폐 열풍은 금융권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다 같은 장소에서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이 이어지다 보니 암호화폐에 대한 기자들의 궁금증도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본연의 업무인 금융혁신 추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앵커]

Q. 금융혁신은 당국과 업계가 중심이 돼 진행되는 일인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암호화폐 광풍이 지속되는 경우 단순히 관심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준비된 계획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자면 정부의 금융혁신 추진방향은 금융부문 쇄신과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끝으로 경쟁촉진까지 크게 4대 과제로 나뉩니다.


이중 창업·벤처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이 핵심 중 하나입니다.

코스닥 투자자들에게는 세제혜택을 제공해 자금을 끌어들이고, 혁신기업들이 코스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상장요건을 낮추는 내용인데요.

예상하지 못했던 암호화폐가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코스닥 활성화의 암초가 된 겁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거래량을 고려하면, 이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요.

최근 코스닥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암호화폐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더 오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암호화폐 투기가 진정될 때 급격한 가격 폭락이 이뤄지는 것인데요.

정부는 암호화폐 열기를 코스닥으로 옮겨오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아예 엄청난 자금이 사라지는 피해만 낳을 뿐입니다.

[앵커]

Q.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도 암호화폐 못지 않게 뜨거운데요. 금융권 전체가 대상이 되어야 할 지배구조 선진화가 특정 회사의 일로 변질되면서, 당국이 오히려 진의를 의심받고 있죠?

[기자]

네, 당국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손쉬운 연임구조를 지적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는 관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사외이사 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또 회장과 행장을 뽑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당국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닌데요.

관치라는 업계의 주장 역시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인사 찍어내기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게 들리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특정 회사와 인물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CEO 승계절차 투명화라는 명분이 의심을 사고 말았다는 겁니다.

최근 금융혁신 과제 중 금융부문 쇄신은 마치 금융당국 대 하나금융의 대립처럼 보이는데요.

특히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는 금감원의 요청을 하나금융이 거절하는 가운데 나온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의혹을 확신 수준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금융인들 중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떤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되다는 우월 의식에 젖은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한 부분인데요.

‘간섭받아서는 안되다는 우월의식’이라는 부분이 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김정태 회장의 연임 시도를 강행하고 있는 하나금융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 겁니다.

이후 금융위는 “금융권 전체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며 특정회사나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자료를 냈지만, 시점과 내용을 모두 고려할 때 금융권 관계자라면 이를 그대로 믿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관치라는 업계 주장에 무게가 쏠리면서 당국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며 현재 하나금융을 상대로 진행 중인 검사를 추가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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