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김상규 부장판사)는 인천시 계양구 예수마을교회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17일 인가했다. 계획안은 이날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채권자 90% 이상의 동의로 통과됐다. 2010년대 들어 재정난에 시달리는 교회들이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전례는 있지만 계획안이 인가돼 채무변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회 측 변호인은 “재판부와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교회 회생 모델을 완성했으며 앞으로 적용사례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된 계획안에 따라 예수마을교회는 건물 등 재산을 다른 교회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채무를 2주간 갚기로 했다. 일종의 교회 인수합병(M&A)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인가 예정이었지만 채권자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해를 넘겼다. 협상은 교섭조정위원과 구조조정임원(CRO)이 수정된 계획안에 대한 금융기관과 타 교회 등 채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극적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출범한 뒤 회생·파산 절차에 조정위원 제도를 도입해 협상을 지원하도록 했고 CRO의 역할도 크게 확대했다.
그동안 부천 제일교회, 판교 충성교회 등 경영난을 겪다 법원 문을 두드린 교회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신도들의 반발·이탈로 파산하거나 법원 밖에서 운명이 결정됐다. 과거 교회 회생사건에 참여했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돈 있는 교회가 법원 밖에서 부실교회를 비공식적으로 흡수해 ‘합동교회’로 바뀌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일정 부분 채무를 탕감받는 회생절차와 달리 기존 방식은 면책이 없어 계속 빚을 안고 사는 목회자가 상당수였다”고 설명했다.
법조·종교계는 법원의 정식 절차를 밟아 재기를 꿈꾸는 교회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교회 수는 느는데 개신교 신자는 줄면서 개별 교회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개신교 교파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교인은 2012년 말 736만명에서 2016년 말 689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이들 3대 교파의 교회 수는 같은 기간 2만6,351곳에서 2만7,642곳으로 늘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