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일본 등 20개국 외교장관이 북한의 밀수를 막기 위한 해상 차단을 포함해 기존 유엔 결의를 넘어서는 대북 제재와 추가적인 외교 행동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정도로 북한 정권이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회의(밴쿠버회의)’에 참석한 20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발표한 공동의장성명을 통해 남북대화 및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환영하는 동시에 대북 압력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남북대화가 지속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진전을 지지한다”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넘어서는 일방적 제재, 외교 행동을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또 “선박 간 불법 환적 등 북한 해상 밀수에 대응하고 해상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밀수 차단을 위한 해상 봉쇄를 예고했다. 장관들은 “한반도 문제의 장기적인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중요성과 특별한 책임을 인식했다”며 이날 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강조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대화채널이 열려있는 것을 알지만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외교적) 관여와 논의, 협상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군사) 옵션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세계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매력 공세에 순진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 시간 벌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북대화를 통해 지역 긴장을 완화하고,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연결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목표로 하겠다는 생각을 보였다”며 한국이 대북 압력을 강조한 미국·일본과 온도차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밴쿠버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양국 간 의견차만 재확인됐다. 강 장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타진했지만 고노 외상은 “국회 일정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에 참석할지 여부를 두고서는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니카히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에)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 일정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떻게 될지는 (일정) 바로 전이 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