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경기도 용인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정의선(오른쪽) 현대차 부회장으로부터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모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17일 오전 경기도 기흥 현대차(005380) 인재개발원.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차 ‘넥쏘’에서 내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얼굴이 상기됐다. 궁극적인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차에서 내린 김 부총리는 한 번 더 놀랐다. 현대차 관계자가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자 운전석이 텅 빈 넥쏘가 T자 형태로 스스로 주차했다. 김 부총리는 스마트키를 건네받아 주차된 차를 다시 빼내고, 재차 주차해 보기도 했다. 신기해하는 김 부총리 옆에 선 정 부회장은 “현대차 뿐 아니라 110여개의 부품사들이 합심해서 이뤄낸 성과”라면서 넥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부총리의 기업 현장소통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핵심 내용은 상생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등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지 못하면 50만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데 두 사람은 공감했다. 정 부회장은 “얼마전 CES에 가보니 글로벌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 부총리는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앞장서서 국가경제 발전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더 많이 기여해달라”고 답했다.
현대차가 이날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곳들도 모두 미래 먹거리 창출 분야다. 넥쏘로 대변되는 친환경차 분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노하우를 확보한 만큼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동시에 진행한다. 상당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 자율주행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의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와 협력체계를 구축한 만큼 현대차는 2021년 스마트 씨티 내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은 2030년으로 잡았다.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는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미 2015년부터 보행보조 착용로봇과 의료용 착용로봇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분야별로 단계적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략 자동차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1조원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로서는 이 같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건 것으로 판단된다. 정 부회장은 “수소연료차 등 미래 먹거리 분야는 협력사들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특허를 개방해 협력사들의 기술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수소충전소 건설 등 미래차 관련 인프라 구축해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난해보다 30% 많은 2,550억원으로 책정하고 필요시 추가 예상 확보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350㎾ 이상의 고속충전시스템 설치 건의에 대해서는 충전시스템 기술개발·표준·인증을 추진해 고출력 충전기를 적시에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차 충전소 역시 공기업의 선투자 방식으로 고속도로부터 시설을 확충하고, 올해 예정된 8곳 이외에 추가 설치가 가능한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조민규기자 ·기흥=서민준기자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