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한국은행이 18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에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첫 회의에서 나온 동결 결정이다. 부진한 물가상승률과 불안한 소비회복세 등 한은이 과감하게 연쇄 금리 인상에 나설 만한 환경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두 달 전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읽힌다.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국내 경제 지표에서 먼저 드러난다. 무엇보다 물가상승률을 보면 한은이 과감하게 연쇄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1.8%에서 11월 1.3%, 12월 1.5%로 오름세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 한은의 목표치인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2월 1.5%에 그쳤다. 최근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 강세도 계속되면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0.8%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입물가는 짧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저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해온 한은의 발목을 잡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 물가 우려가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추가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전환속도는 물가경로의 흐름을 확인해 가며 완만해야 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의 시점 선택에 있어서는 실물경제의 흐름보다는 물가경로에 보다 주안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신제품 출시 및 프로모션 등에 따른 승용차·스마트폰 판매 호조 및 추위로 인한 동절기 의복 수요 증가에 따라 큰 폭(-2.9→5.6%)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12월 속보치에서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 19.4% 감소하고 휘발유·경유 판매량이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소비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렵게 했다.
불과 한 달 반 전 17개월에 걸친 사상 최저 금리(1.25%)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튼 만큼 그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할 것이란 입장을 강조하며 완만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 속도를 예고해왔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 금리 인상 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국내 경제 여건 변화,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나갈 것”이라며 “국제 경제 여건의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하반기 이후로 보는 시각이 아직 우세하다. 다만 최근 들어 금리 인상 시점이 상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2년 연속 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성장률, 멈추지 않는 강남지역 부동산가격 등을 종합 고려할 때 4∼5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