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지수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가 코스닥펀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설정된 코스닥펀드는 4개에 그쳤지만 올 들어서는 벌써 5개에 달한다. 코스닥지수에 대한 기대감이 펀드 출시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과거 녹색성장펀드나 통일펀드처럼 정부의 입맛에 맞춘 관치 펀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인베스트먼트가 지난 4일 코스닥 종목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현대인베스트먼트 코스닥 포커스 1’을 설정한 데 이어 IBK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의 코스닥펀드 4개에 대해 최근 효력이 발생했다.
업계는 정부의 코스닥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지수가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오르면서 코스닥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었다고 말한다. 한 운용사의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지점 등에서 코스닥펀드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며 “코스피가 2,500까지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겨우 900을 기록한데다 4차산업 등 산업계의 변화를 고려할 때 코스닥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펀드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상품이 정부의 입맛에 맞춘 일종의 관치 펀드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녹색성장과 통일을 외치면서 관련 펀드가 줄을 이었지만 곧 소규모 펀드로 전락하며 청산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과거 녹색성장펀드는 총 18개가 출시됐지만 현재 남아 있는 펀드는 2개에 불과하다. 통일펀드 역시 5개 중 4개가 청산 과정을 밟았다. 한 자산운용사의 A 대표는 “현재 코스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일단은 오르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처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펀드를 내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B 대표도 “코스닥 시장이 긍정적으로 보인다면 기존에 설정한 중소형주 펀드에서 코스닥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며 “굳이 코스닥으로만 투자 대상을 한정 짓는 펀드를 출시하는 것은 정부의 기조에 맞추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코스닥펀드 대부분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코스닥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이기 때문이다. ETF의 경우 운용보수는 물론 판매수수료도 일반 펀드보다 훨씬 저렴하다. 한 운용사의 ETF 담당자는 “코스닥지수를 기초로 하는 펀드는 이미 상장된 ETF와 같은 상품”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같은 상품에 가입하고도 더 높은 수수료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가 ETF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액티브한 운용이 필수인데 현재 출시되는 코스닥 인덱스펀드는 보수만 더 많이 받을 뿐 ETF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A 대표는 “액티브한 운용을 하기에는 코스닥의 특정 종목 및 업종 쏠림 현상이 심각해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 회사도 코스닥펀드를 검토했지만 출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